"日투자 줄일 때 韓은 늘리더니"…日반도체 기업 사장의 고백 [김일규의 재팬워치]

입력 2024-03-31 06:00   수정 2024-03-31 07:25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디지털 사회를 지탱하는 ‘21세기 석유’ 반도체. 세계 각국이 첨단 제품의 국산화를 위해 뛰고 있다. 일본 역시 반도체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이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2030년 세계 반도체 시장은 2022년 대비 70% 늘어난 1조달러(약 135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일본의 ‘대표 선수’는 반도체 제조장치 대기업 도쿄일렉트론이다. 국내 주식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일본 기업이기도 하다. 이 회사를 이끄는 가와이 도시키 사장은 지난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라의 지원에 완전히 의지하지 않고 기업이 스스로 버는 힘을 키워 성장을 위한 투자를 계속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 투자 줄일 때 한국은 늘려”
가와이 사장은 최근 반도체 투자 열풍에 대해 ‘붐’이 아니라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나 뇌의 신경세포를 본뜬 양자컴퓨팅이 기폭제가 됐다는 설명이다. 1990년대 PC와 인터넷, 2000년대 스마트폰에 이은 흐름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1980년대까지 세계 반도체 1위였지만 이후 힘을 잃었다. 가와이 사장은 이에 대해 “반도체는 기술 혁신이 빠르고 시장 변화가 심하다”며 “과거 반도체 시장이 크게 침체된 시기에 일본 기업들은 투자를 줄였다”고 지적했다.

반면 해외, 특히 아시아 기업들은 오히려 투자를 강화했는데 그 차이가 컸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가와이 사장은 당시 영업 담당이었다고 한다. 그는 “대만과 한국 고객사에서 여러 수주를 받았다”며 “일본 기업이 투자하지 못했을 때 아시아 고객들은 계속 투자했다”고 말했다.

가와이 사장은 “반도체는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하는 것보다 성공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계속성과 열정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대만 TSMC가 일본에 공장을 세운 것을 보면 강력한 서플라이 체인을 가진 일본 제조업의 장점이 재조명되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나라 지원에 의지하면 안 돼”
일본 정부가 3년간 반도체 관련 예산 약 4조엔(약 35조)을 확보한 데 대해선 “국가 보조가 마중물이 돼 반도체 업체의 새로운 투자를 만들어내고 장치 등 공급망 전체의 비즈니스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나라의 지원에 의지하지 않도록 전략을 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와이 사장은 “시대 변화에 적응하고 기업이 성장하려면 어쨌든 이익이 필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투자, 인재 등 세 가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와이 사장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되기 위해선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도쿄일렉트릭은 ‘기술 혁신’이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반도체 주요 4개 분야 제조공정에서 세계 1~2위 장치를 다수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5년간 연구개발비 13조원
도쿄일렉트론은 10년 앞을 내다보고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 5년간 연구개발에 1조5000억엔(약 13조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과거 5년 대비 80% 늘린 규모다. 설비투자에는 90% 증가한 7000억엔(약 6조원)을 들일 방침이다. 가와이 사장은 “실패하는 것은 도전한 결과”라며 “실패는 다음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도쿄일렉트론 주가는 올해만 64%가량 급등했다. 시가총액(약 166조원)은 10년 만에 16배가 되면서 소니를 제치고 일본 3위로 올라섰다. 가와이 사장은 “버는 힘으로 성장 투자와 주주 환원에 사용하겠다”며 “2027년 3월 결산까지 매출은 2023년 결산 대비 36% 증가한 3조엔 이상, 영업익은 1조엔 이상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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